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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로 발견된 땅”: ꡔ엘레지ꡕ에 나타난 ‘몸의 정치성’과 제국주의















최 성 희
















I.




  존 던(John Donne, 1572-1631)이 ꡔ엘레지ꡕ(Elegies)를 쓴 16세기말의 영국은 강력한 해군력을 기초로 제국으로
성장하였으며, 식민지 사업에 힘입어 자본주의가 급발전하는 가운데 국수주의와 배금주의 등의 제국주의의 문제점을 배태하고 있었다. 던은 이 문제를
민감하고 회의적으로 숙고하였으며, 이는 그의 초기시에 반영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당시 영국의 제국주의적 변화에 대한 던의 비판적 입장을
ꡔ엘레지ꡕ를 통해 탐색하고자 한다. 그런데 던을 반정부적인 작가로 조망하는데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존재한다. 던의 사후부터 지금까지 많은
비평가들은 그를 군주주의적 인물로 평가하였으며 마로티(Arthur Marotti)나 골드버그(Jonathan Goldberg)등의 최근 신
역사주의적 평자들 역시 던을 출세 지향적 인물, 혹은 절대 군주제의 신봉자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그가 당대 영국의 식민 정책의 일환이었던
카디스(Cadiz)와 아조레스(Azores)제도로의 군사 탐험에 참여하였으며, 미국 버지니아가 영국의 식민지가 된 후 그곳의
대사(Secretary)로 파견되기를 지원했던 경력은 그를 제국주의자로 오인하게 하였다. 그렇지만 던이 이 자리를 청원했던 것은 제임스 왕이
강권하는 사제직을 피하면서도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방법이라 여겼기 때문이었으므로 그를 제국주의자로 단언하기는 어렵다(Empson
276-277). 오히려 던의 초기 작품인 「풍자문III」(Satyre III)에서는 당시 식민지를 무분별하게 약탈하는 궁정 탐험가들과 왕정에
대한 비난이 나타난다(17-32). 또한 던은 식민 정책이 야기하는 자본주의의 악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였다. 그는
「팔찌」(Bracelet)와 같은 시에서 식민지로부터 유입된 황금이 “영국에 파멸의 모습으로 다가온다”(24-26)라고 지적하여 과다한 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인플레 현상이 국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음을 경고하였고, 이에 따른 배금주의적 사고 방식이 영국인의 가치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제시한바 있다.

  샌더스(Wilbur Sanders)가 지적하였듯이, 「잠자리에 드는 연인에게」(To His Mistris Going to Bed)와 「사랑의
진행」(Loves Progress)에는 “당대 사회 문제에 대한 던의 비판의식이 「풍자문」보다 더 첨예하게 나타난다.” (105-106) 따라서
이 작품들은 사적인 애정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넓은 공적인 관계에서의 권력 갈등이 나타나는 정치적 텍스트이다. 이 작품들의 사랑의 주제는
대부분 공적인 문제를 포괄하며, 여성을 소유하려는 남성의 욕망에는 성적인 충동과 강력한 정치적, 경제적 욕망이 공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여성의 육체는 남녀간의 성적 권력 관계가 끊임없이 갈등하는 장소인 동시에 사회적, 정치적 권력 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 된다.

  이러한 특성은 단지 던의 작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당시 르네상스 연애시가 공유하는 문화적 담론이었다. 이들 작품에서는 흔히 여성의
육체가 영국 항해자들이 획득하는 신세계의 영토나 재화로 비유되는데, 이러한 동일시 속에는 여성의 육체를 지배하고자 하는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식민지에 대한 영국인들의 정복욕이 공존하고 있었다. 제국주의 담론은 타자의 자율성을 부정하고 동일성의 논리에 입각해 있으며,
성(sexuality)을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차별하는 근거로 삼는다는 면에서 가부장제과 접점을 이룬다. 그리하여 식민주의
담론 속에서 ‘남성성’은 제국으로 전용되었으며, 반면 여성성은 ‘남성적’ 제국에 의해 지배되어야 하는 식민지의 문화적인 기표로 변형되었다.
남성적인 영국, 여성적인 식민지라는 성 역할이 부여된 패러다임 속에 영국은 식민지를 지배하고 착취하고자 하는 자신들의 욕망을 정당화하였다.

  특히 당대 영국의 군주가 처녀 여왕이었다는 사실은 영국이 제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이데올로기적 기제를 제공하였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육체는 영국의 제국적 이미지를 상징하는 ‘정치적 몸’(body politic)이라는 정치적 영역과, 여성으로서의 최고선과 아름다움의 미덕을 가진
‘자연적인 몸’(body natural)이라는 사적인 영역을 동시에 담지한 두 개의 육체(Two bodies)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다(Hackett 165; Strong 47-52). 제국주의 담론에서 그녀의 정치적 육체는 식민지의 지형과 조응됨으로써 영국의 지역적,
정치적 확장을 정당화하는데 이용되었으며, 여기에 그녀의 ‘정복되지 않은’ 처녀라는 자연적 육체의 개념이 부가되면서 신세계에 대한 영국인들의
탐험과 정복 행위가 신비화되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여왕 또한 새로 발견된 미국 영토를 ‘버지니아’라고 명명할 만큼 자신의 여성성이 식민주의를
위해 전용되는 것을 적극 권장하였지만, 그녀의 권력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속에 봉쇄되어 있었다. 르네상스 연애시에서 여왕의 육체는 남성의
상상력을 구현시키는 수동적인 도구로 대상화되어 그의 판옵틱한 시선을 수용하고, 남성으로부터 강요된 침묵을 수행함으로써, 여성성을 남성 본위로
재현하는 가부장제적 책략을 강화하는데 조력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견지에서 보면, 이러한 작품들에 나타나는 여왕의 모습은 지배자라기 보다는 오히려
남성 시인들과 궁정인들의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야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조작된 재현물이었다.

  「잠자리에 드는 연인에게」와 「사랑의 진행」은 식민지를 여성의 몸에 비유하여 식민지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하는 당시의 기관 문학 작품들과 매우
유사한 형식을 가지고 있으나, 이 작품들을 통해 던은 당시 영국의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각각 투사하며 그에 내재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냉소적으로 분해하고 있다. 이 작품들을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던의 반응으로 해석한 영(R. V. Young)은 이 작품들이 여왕의
외모를 찬양하는 “극단적인 우상화에 대한 풍자”(44)라고 평가하고, 헤스터(Thomas Hester)는 롤리 경(Sir Walter
Ralegh)과 같은 주요 궁정 인사의 식민지 통치 독점에 대한 비난을 목적으로 한다고 지적하였다(1987: 50-60). 그러나 던의 정치적
관점을 여왕과 소수의 궁정인에 대한 비난으로 보는 분석은 지나치게 제한적이다. 이 작품들의 공격 대상은 여왕을 비롯한 지배 계급 전반이었을 뿐만
아니라 여왕의 여성성을 정치적으로 전용하여 식민지 정복을 정당화하는데 논리적 기초를 제공한 당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였다. 필자는「잠자리에 드는
연인에게」와「사랑의 진행」의 남성 화자들을 풍자의 대상으로 고안된 인물이었다고 보고, 여성을 이상화하거나 비하하는 양 극단적인 태도로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려 하는 그들의 주장이 오히려 권력에 대한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으며, 반면 여성은 남성 화자의 타자의 역할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인물로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남녀의 위계 관계의 불안정성을 통해 던이 여왕과 남성 궁정인의 성적,
정치적 권력 구조의 폐해를 비난하는 동시에, 당시 가부장적 지배 논리를 근간으로 하는 영국의 무분별한 식민화 정책, 그에 따른 자본주의의 성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하였음을 탐색하고자 한다.







II. 




  엘리자베스 여왕의 “해상의 충견들”(Guy 1988: 351)인 롤리 경과 드레이크 경(Sir Francis Drake) 등 궁정인들이 탄
배는 해적선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약탈한 영토를 여왕의 손에 넘겨주면서 그 대가로 막대한 재물과 특권을 얻었으며, 또한 식민지 정복에 대한
여왕의 허가를 더욱 많이 얻어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잠자리에 드는 연인에게」에서 던은 당시 여왕과 궁정인 사이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던 성적,
정치적, 경제적 이해 관계의 구조들을 냉소적으로 분해하고 있다. 던은 식민지 탐험권을 얻어내기 위해 여왕과의 사적인 애정 관계를 맺기를 바라는
탐욕스런 궁정인을 화자로 전면에 내세운다.




     오시오, 마담, 오시오, 나의 힘들은 모든 휴식을 거부하오,

     내가 진통하며, 산고를 겪으며 누울 때까지.

     적은 때때로, 적을 시야에 둔 채

     싸우지 않아도, 서있는 것만으로도 지친 다오.




  Come, Madam, come, all rest my powers defie,

  Until I labour, I in labour lye.

  The foe oft-times, having the foe in sight,

  Is tir'd with standing, though they never fight. (1-4)




성적인 욕망을 성취하고자 상대 여성을 유혹하는 화자의 모습은 신세계를 탐험하고 식민화하기 위해 여왕의 시혜를 얻으려 침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궁정인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1) 던은 화자의 강력한 성적 욕망과 정치적인 열망 사이의 유사성을 예리하게 추적하면서, 성적인 욕망이
“휴식”(rest) 상태에서부터 성적인 “힘들”(1)이 분출하기 직전까지의 흥분 상태를 그린다. 이 부분에는 남성 화자가 여왕에게 바라는
정치적, 군사적 원조에 대한 갈망이 나타나 있는데, 1행의 “힘들”은 남성의 성적인 힘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왕의 승인 하에
신세계로의 탐험을 지원할 동료 탐험가를 일컫는다(Labiola 51-52). 그리고 “적”(3)이라는 전쟁을 암시하는 단어는 신세계 정복에
있어서의 전쟁의 필요성을 여왕에게 주지시키고자 하는 화자의 의도를 반영한다.

  여기서 던은 남성 화자를 여성의 입장을 가장하고 있는 양성적인 인물로 묘사함으로써, 여왕과 그녀가 총애하는 남성 궁정인 사이의 성 역할의
전도를 풍자한다. 궁정인들이 군주 앞에서 여성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르네상스기 절대 군주제 내에서 권위자에 대한 복종을 나타내는 정치적
책략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관례는 엘리자베스 왕정에서 남성적인 여왕과 여성적인 궁정인 이라는 기형적인 성의 정치학으로 변형되었다(Montrose
77). 남성 궁정인은 여왕 앞에서 언제나 여성적인 교태로 유려한 아첨을 쏟아 낼뿐만 아니라, 여왕과의 성적인 관계를 가질 때에도 소극적이며
‘여성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을 능숙한 정치 능력으로 여기고 있었다. 위인용에서 화자는 자신이 잠자리에서 상대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순간을 발기를 지속시키는 순간으로 표현하고 있지만(4), 또 한편으로는 해산이 임박한 여성이 겪는 “진통”(2)의 순간으로 묘사함으로써, 자신이
생리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여왕에게 절대 복종하기 위해 스스로 여성화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화자의 양성화된 모습은 화자가 44행에서 자기
자신을 “산파”(midwife)로 규정함으로써 여성성을 가장하고 있는 부분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를 통해 화자는 자신의 충성심을 재차
강조하고자 하며, 첫 3행에서 “오시오”, “산고”, “적”이라는 단어를 각각 2번씩 반복함으로써 그녀에 대한 구애의 욕구와 여왕의 후원에 대한
갈망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음을 표출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책략 속에는 오히려 개인적이거나 정치적으로 그녀를 지배하고자 하는 남성이자 궁정인으로서의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그의 입장은
스스로를 상대 여성에게 의도적으로 복종적이고 종속적인 존재로 가장하고, 여성을 탈 지상적인 존재로 우상화하는 한편, 그녀의 육체를 무성화,
파편화하고 종국에는 자신의 소유물로 규정하는 페트라르카 시인들의 태도와 긴밀한 연장선상에 있다. 이러한 사실은 화자가 상대 여성 자체보다는
오히려 그녀가 가진 장신구에 관심을 집중하는 점에서 드러난다. 그는 단지 “허리띠”(5)에서 시작하여 “반짝이는 가슴 판”(7), 가슴에 걸치는
“금속 시계”(9), “버스크”(11), 그리고 15행의 금속의 “작은 왕관”(coronet)을 언급하며, 이에 따라 상대 여성은 신체 각
부분으로 분열된 존재로 남는다. 이러한 파편화를 통해 화자는 상대 여성에 대한 지배와 소유욕을 은연중 표출하는 것이다.




    허리띠를 푸시오, 하늘의 띠처럼 번쩍이지만

    더욱 더 아름다운 세계를 감싸고 있는.

    그대가 입은 그 반짝이는 가슴판을 푸시오,

    분주한 바보들의 눈이 멈추는.

    옷을 벗으시오, 그 화음 시계가 나에게

    그대가 잠자리에 들 시간임을 알리니까요.

    그 행복한 버스크를 빼시오, 그렇게 가까이

    여전히 있을 수 있고, 여전히 설 수 있어 내가 부러워하는.

    

    Off with that girdle, like heavens zone glistering

 But a farre fairer world encompassing.

 Unpin that spangled blest-plate, which you weare

 That th'eyes of busy fooles may be stopt there:

 Unlace your selfe, for that harmonious chime

 Tells me from you that now 'tis your bed time.

 Off with that happy buske, whom I envye

 That still can be, and still can stand so nigh.  (5-12)

     

  화자가 거론하는 성적인 욕망은 신세계 정복에 대한 후원의 바램과 계속 교차한다. 상대 여성의 육체를 여왕의 육체이자 신세계의 토지로
동일시하는 그는 우선 그녀의 “허리띠”가 펼쳐지는 범위를 우주로 상정하여 그녀의 위대성을 찬양하지만, 동시에 이를 하늘의 번쩍이는 존재라고
함으로써, 장식품으로서의 물질적 가치 역시 강조한다. 그리고 허리띠가 감싸고 있던 여성의 몸을 “더욱 더 아름다운 세계”(6)로 비유하여 자신의
신세계로의 제국 확장 의지를 중첩시킨다. 6행에서의 “둘러싸는”(encompassing)이라는 단어는 곧 둥그런 지구를 탐험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동시에, 항해 도구인 나침반, 혹은 지형학자의 컴퍼스를 암시할 수도 있고 또는 당시 후원자가 주는 정표였던 가장자리를 금장식으로 둘러싼
카메오 브로치, 카메오 반지 등을 연상시킨다. 따라서 이러한 화자의 과장된 찬사 뒤에는 여왕의 영향력이 신세계로 확장될 것이고, 자신은 여왕의
후원 아래 신세계의 재화를 수탈할 수 있다는 논리가 함축되어 있다. 그리고 화자는 19행에서 상대 여성을 “하늘의 천사들”(heavens
Angels)에 비유하여서, 여왕의 적극적인 기술적, 경제적 후원에 대한 기대감을 중첩시킨다. 여기서 “천사들”이라는 단어는 항해 도구의 한
부분인 “각도를 재는 도구”(angles)를 암시할 뿐 아니라 당대 통용되던 화폐 단위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화자는 24행에서 그녀가 화자의 성욕을 자극시켜 발기시킨다는 사실을 “몸을 세우게 한다”(these the flesh
upright)라고 우회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은연중에 부각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는 다음에서 이러한 욕망을 식민주의적
정복욕과 연결시킨다. 상대 여성과 미국이 교묘히 병치되어 드러나는 이 장면은 당시의 식민지 정복을 처녀의 몸을 유린하는 것과 동일선상에서
인식했던 르네상스 남성 궁정인의 전형적인 사고 방식을 드러낸다. 남성 화자의 환상 속에서 상대 여성과의 성행위가 고조되는 동안 그가 발견하는
여성 육체의 은밀한 부분들은 신대륙의 지형에 비유되고 있다.




   내 손이 더듬는 것을 허락하시오. 그리고 그것들이

   뒤로, 앞으로, 위로, 사이로, 아래로 가게 해주오.

   오 나의 아메리카여, 나의 새로 발견된 땅이여,

   나의 왕국이여, 한 남자가 살아야 가장 안전한 곳,

   나의 귀금속 광산이여, 나의 제국이여,

   그대를 발견하다니, 나는 얼마나 축복 받았는가,

   그런 속박에 묶이는 것은 자유롭게 되는 것,

   그러니 나의 손이 놓인 곳에 나의 봉인이 찍히리라.




Licence my roving hands, and let them goe

Behind, before, above, between, below.

Oh my America, my new found lande,

My kingdome, safeliest when with one man man'd,

My myne of precious stones, my Empiree,

How blest am I in this discovering thee.

To enter in these bonds is to be free,

Then where my hand is set my seal shall be. (25-32)

   

이 부분에서 던은 식민정책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직접적으로 관여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허락(license)”이라는 단어는 “방만한 자유”라는 뜻
외에도 “공식적인 허가”를 의미한다. 또한 “더듬는”(roving)이라는 단어도 “배회”라는 의미와 함께 “강탈”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손들”(hands) 역시 선원들의 노동력, 혹은 항해에 사용되는 나침반의 두 개의 침에 대한 은유일 수 있다(Labiola 56, 58).
이를 감안하면, 남성화자가 상대 여성에게 자신의 손이 더듬는 것을 “허락”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식민지 수탈에 대한 여왕의 승인을 요청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화자가 자신의 “손”이 여성의 육체 “앞으로, 뒤로, 사이로, 위로, 아래로”(26) 움직여
간다고 표현한 부분은 자신이 경도와 위도를 넘나드는 항해를 간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동시에 여왕이 영국의 식민지 탐사를 다방면으로 원조함으로써
그녀 자신의 ‘정치적 몸’의 이데올로기를 신세계로 투사하였음을 나타낸다.

  더욱이 화자는 자신과 여왕과의 사적이면서 정치적인 관계가 여왕의 비호아래 변함없이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그는 신세계 탐험을
자유로운 속박에 묶이는 것이라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의 “속박”(31)이라는 말은 여왕과의 유대 관계를 암시한다는 점에서 궁정인이 여왕으로부터
명령받은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이러한 말장난(pun)을 사용하면서, 화자는 자신이 영국을 비울 때에도 여왕과의 유대로 인하여
그녀의 후원은 계속될 것이라 장담한다. 더욱이 “내 손이 놓인 곳에, 나의 봉인이 찍히리라” 라는 그의 공언은 그와 여왕 사이의 “봉인” 혹은
“속박”하에 그의 손길이 어디를 가든 여왕의 후원이 따를 것이라는 자신감을 시사한다. 여기서의 “봉인”은 왁스나 가소성 있는 물질 위에 찍히는
일종의 문장 도안이 그려진 도장을 의미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 남근을 의미하였다”(Green 139). 남근이 여성의 육체 위에 찍힌다는 것은
남성 화자의 여왕에 대한 성적인 정복을 의미하고, 더구나 “안으로 들어간다”(31)는 표현은 두 사람의 성교 행위를 암시하므로, 이 부분은 남성
화자가 지배자이자 연인의 입장에서 여왕의 육체와 여왕의 왕국을 자신의 침대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27-28행에서 화자는 상대 여성을 완전히 식민화 했음을 공언한다. 더욱이 여기에서 화자는 그녀에게 “미국”이라는 이름을 새로
부여하여서 그녀가 가진 원래의 정체성을 삭제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화된 ‘미국’은 남성적인 ‘영국’ 혹은 이 시에서의 남성 화자의 권위에 의해
그 정체성이 존립하게 된다.2) 그러므로 이 시행에서 화자는 영국의 식민주의를 찬양할뿐만 아니라, 남성의 우월성을 공고히 한다. 그의 자신감은
“나의 왕국이여, 한 남자가 살아야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구절에서 한층 강화된다. 화자는 여왕의 후원을 통해 얻은 신 개척지를 오직 자신의
것으로 공인 받고자 하는 탐험가로서의 욕구와, 또 한편으로는 그녀의 자율성과 여성성을 완전히 남성 자신의 통제 아래 묶어 두고자 하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따라서 29행에서 식민지이자 여성은 발견과 더불어 채굴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반면 화자는 육체적, 정치적, 경제적 의미에서 상대
여성에 대한 자신의 절대적인 지배권을 천명한다. 이러한 화자의 제국주의적, 남성 우월적인 태도는 그가 스스로를 상대 여성의 지배자이자,
주인이자, 선생으로 호언장담하는 부분에서 정점에 다다른다.




     그대를 가르치기 위해, 내가 먼저 벌거벗었소; 그러니 이제

     한 남자 외에 그대를 덮을 다른 무엇이 필요하겠소?




 To teach thee, I am naked first; Why than

 What need'st thou have more covering than a man. (48-49)




  그러나 이 부분은 이제까지의 화자의 주장이 가진 허구성을 결정적으로 드러낸다. 전술한 바처럼 이 작품의 남성 화자는 던의 반가부장적,
반제국주의적 입장을 반어적으로 전달하고자 고안된 인물이다. 던은 그의 논지를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붕괴시키는데 이러한 방법은 그
모순성을 보다 극적이고 적나라하게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부분에서 화자가 여성에게 육체적인 사랑을 하는 법에 대해 “가르치겠다”고 하며
그녀와의 관계를 선생과 학생의 관계로 상정하는 것은 그녀에게 복종의 의무를 재확인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곧 이어지는 “내가 먼저
벗었소”라는 화자의 말은 정작 상대 여성이 옷을 벗으라는 화자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화자만이 옷을 벗고 있다는 사실을
노출시킨다(Evenett 9: Green 140). 화자는 아직도 “가르치려”하는 중이고 여성은 아직도 그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여성의 육체에 관한 화자의 “탐색”이 현실화되지 않았고, 35행에서 그가 이제까지 누렸다고 주장하는 “모든 기쁨”(whole
joyes)들은 상상이었으며, 그는 단지 일종의 정신적인 자위행위 속에 도취되어 있었음을 폭로한다.

  또한 이는 화자가 주체가 될 수 있는 조건이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내는 한편, 여성이 타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오히려 “주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Estrin 24). 우선 화자가 계속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점은, 그가 그녀를 자신의 말을 알아듣고 자신과 논쟁을
벌일 수 있는 지적인 대상으로 전제한다는 것을 암시하며, 동시에 그녀를 그녀 자신의 성에 대해 인식하고, 자신의 의사에 준해서 남성의 유혹에
능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그가 그녀에게 돈호법, 명령법을 사용하여 말을 건다는 점은 오히려 그의
지배력의 한계를 시사한다. 이 작품의 도입 부분인 1-4행의 그의 어투는 명령조가 아니라 설득에 가깝다. 더구나 화자가 “오시오”, “진통”,
“적”과 같은 동일한 말을 두 번씩 반복한다는 것은 화자가 상대 여성에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 조바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그가 여성에게 “허락하시오”(25), “손이 가게 해주오”(26)라고 탄원하는 모습에서도 그녀의 허가를 바라는 애타는 심정이 이미 나타난
바 있다. 이처럼 화자가 여성의 반응을 기다리며 계속 설득하는 이 시의 구조는 이 두 남녀의 권력 관계에 있어서 남성보다 여성이 실제적인 권력을
더 많이 소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이러한 가능성은 기존의 남성 정체성에 대한 치명적인 위협으로 확장될 수 있다. 가부장 담론 속에서 남성은 자신의 언어에 의해 축조된 타자를
상정한다. 그리고 그는 상대를 지배하는 것을 통해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처럼 상대 여성에 대한 화자의
지배가 실현되지 못한 채 계속 지연된다는 것은 화자가 남성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을 잃어버림을 의미한다. 화자는 그녀의 반응을
들을 수가 없고 그녀를 이해할 수도 없다. 특히 41-43행에서 화자가 여성들을 하늘이 내린 “신비한 책들”(mystic bookes)로
규정하는 것은 남성이 여성성을 완전히 알 수 없기에 그녀를 완전히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남성의 본질적인 딜레마를 반증한다.

  한편 던은 언어뿐만 아니라 시각적 차원에서도 화자가 여성을 지배할 수 없음을 부각시킨다. 우선 이 작품에서 던이 상대 여성을 보이지 않는
상태로 만들었다는 사실도 화자의 불완전한 지배력을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화자는 여성의 육체를 시선으로 통제하고 지배하고자 그녀에게 옷을
벗으라고 재촉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Docherty 79). 여성의 불가시성은 작품 속에 체계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남성 화자는 줄곧 여성의 육체를 발견하고자 하지만, 이 시의 어디에도 그녀가 실제로 옷을 벗고 남성이 원하는 바대로의 발견의 대상물이
되었다는 암시는 없다. 그가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단지 “하늘의 띠”(5), 14행의 “꽃이 핀 들판”(flowerly meades), 21행의
“마호메트의 천국”(Mahomets Paradise), “나의 귀금속 광산”(29) 그리고 “신비로운 책”(41)이라 비유되는 관념적인
존재들뿐이다. 이러한 사실은 상대 여성이 자신을 타자이자 피지배자로 규정하는 남성의 시선에서 비껴 서 있어서 오히려 그녀에 대한 남성의 지배력을
무화시킬 수도 있음을 드러내준다.

  또한 화자는 그들의 가부장적 성 역할의 위계 구조가 전복될 수 있는 가능성에 강박되어 있다. 이는 그가 여성에게 벗어버리라고 끈질기게
요구하던 복장인 “가슴판” 과 “버스크”가  당대 남녀 성 역할의 위계를 혼란스럽게 하는 상징물이었다는 점에서 첨예하게 드러난다. “가슴판”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자신의 남성적인 군주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즐겨 입었던 물건이었다. 또한 버스크 역시 당시에 여왕을 비롯한 상류계급의
여성들 사이에 대 유행했던 물건으로, 나무나 고래뼈로 만든 단도 모양의 것으로 여성의 배와 가슴 부분을 평평하게 조여서 여성의 몸매를 남성적인
것으로 보이게 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Feinstein 64). 이러한 사실은 “가슴판”과 “버스크”가 여왕 스스로 남성적 군주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전용했던 ‘남근적 상징물’이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이것들을 벗으라는 화자의 요구는 그녀가 이러한 복장 속에 숨겼던
자신의 여성성을 복원하여 원래의 열등하고 수동적인 입장으로 돌아갈 것, 그리고 그녀가 남성성을 전용하여 기존의 가부장적 위계 질서를 전도하는
시도를 막고자 하는 바램을 투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그는 버스크를 “항상 한결같이 있을 수 있고, 한결같이 서있을 수 있기에
부러워하는”(11-12) 대상으로 언급함으로써 스스로 남성적 불능성과 열등함을 인식하고 있음을 은연중 노출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슴판과 버스크를
벗으라 명령하는 화자의 모습은 화자 자신의 남성으로서의 육체적 불만족성과 불안감을 노출시키고 상대 여성과의 성 역할의 불안정성만을 드러낸다.

  화자가 성적으로 지배하고자 했던 상대 여성은 그의 논리 속에서 정복해야 하는 식민지와 엘리자베스 여왕을 동시에 체현하는 상징이었다. 그런데
그의 상상 속에서조차도 여성의 육체를 자신의 몸으로 덮는 일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이는 곧 상대 여성에 대한 지배뿐만 아니라 신세계에 대한
계획된 탐사가 지연됨을 의미하고, 여왕의 후원을 얻는 것이 실현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던은 이제까지 남성 화자가 공공연히 옹호했던 당대
지배 정권의 식민주의 정책, 그리고 그 속에 내포된 여성성에 대한 정치적인 변용 논리가 단지 허구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시사함으로써, 당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암묵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III. 




  「사랑의 진행」은 「잠자리에 드는 연인에게」와 마찬가지로 신세계를 여왕의 육체로 재현하는 문제를 제재로 삼는다. 그런데 「잠자리에 드는
연인에게」에서 던이 제국주의 담론 속의 여성의 우상화를 풍자한 반면, 「사랑의 진행」에서는 그에 대한 혐오의 담론을 분해한다. 던이 엘레지를
제작했던 시기에 엘리자베스 여왕의 노쇠한 육체는 페트라르카식 미녀와 혐오스러운 추녀라는 극단적인 두 가지 전형으로 재현되었다(Hackett
166-169; Berry 136-138). 전자가 여왕의 소위 ‘일탈적이고 전복적’인 여성성이 봉쇄되고 수동화된 상징이었다면, 후자는 이러한
여성성을 더욱 강력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남성의 심리적 역반응을 반향하고 있었다.

  다수의 평자들은 군주가 여성이었다는 점이 당대 영국 문화 속의 가부장적 헤게모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본다(Montrose 76; Jordan
243; Guibbory 813). 하지만 여왕의 지배가 44년이라는 긴 통치 기간으로 이어지자 이제까지 이상적이고 명상적인 대상으로 수동화되고
탈성화되었던 여왕의 존재는 남성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들어 주는 타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오히려 남성의 정체성을 붕괴시킬 수 있는 존재로
부각되었다(Berry 67). 이 시기의 문학 작품에서 여왕의 모습이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로 변형된 예들은 여왕의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남성 궁정인들과 문인들이 그녀의 여성성을 치명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설명하여 준다.3) 던은 이 작품에서 남성 화자가
여성을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심리의 이면에 존재하는 불안감을 드러내어 당시 궁정인들의 여왕의 여성성에 대한 극단적인 편견을
풍자한다. 그리고 여성의 육체를 혐오스런 대상으로 상정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내재된 여성 육체의 일탈성과 저항성이 이를 진압하려 하는 남성의
시도를 전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러한 전복의 가능성은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구조에 대한 위협을 예견할 수 있다. 「잠자리에 드는 연인에게」에서 언급되었던 제국주의적
배금주의에 대한 던의 비판의식은 이 작품에서 더욱 자세히 나타난다. 근대 초기 가부장적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에서 여성의 육체는 교환가치로
환원되어 “법률적인 담론에서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적 담론 속에서 ‘재산’으로 간주되었다”(Stallybrass 127). 그리하여 여성은
아버지와 남편의 자본으로, 남성은 능동적인 행위자이자 상인으로 상징화되었다. 특히 당대에 식민주의는 국가가 여성의 경제적 활동을 제재하고 가정
안에 봉쇄하는 직접적인 요인이었으므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상보적 관계 위에 가부장적 식민주의 담론이 더해지면서 여성은 자본과 제국의 이익을
위한 존재로 재현되었다. 「사랑의 진행」의 화자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제국주의 담론에 내재된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체현한다. 그는 상대 여성을 금전적 이익을 위해 정복해야 하는 신세계로 간주하고, 그녀와의 사랑을 일종의 상업적인 거래로 인식한다. 따라서 이
작품의 제목이 제시하는 ‘사랑의 진행’은 곧 식민지에 대한 물질적 획득과 정복의 진행 과정을 의미하며, 여성은 남성 화자가 제국주의를 정당화하고
자본주의를 옹호하는데 사용하는 도구로 변형된다.

  우선 화자는 상대 여성의 육체를 마치 “수술대 위에 놓인 환자”와 같은 완전히 수동적인 대상으로 간주한다(Andreason 119). 그가
이야기를 건네는 대상은 상대 여성이 아니라, 동료 궁정인이나 남성 화자와 같은 제 3의 인물이다. 화자는 상대방에게 마치 강의하는 것과 같은
차분한 말투로 여성화된 신세계를 항해하는 것에 대해 경고와 조언을 한다. 화자는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에 있어서도 “당신”이라는 표현보다는
“우리”(our, we, us)라는 일인칭 복수 대명사를 주로 사용하고, 독자의 시선 역시 여성에게 주목시켜서 그들의 시선을 자신의 시선과
동일시하게 유도하여 자신과 상대 청자, 혹은 독자가 자신과 같은 생각과 목적을 가진 모험가의 입장임을 암시해 준다. 그리하여 미국 대륙의
구석구석이 물화된 여성의 육체로 동일시되어 진행되는 이 시의 서술을 통해 그는 여성 육체의 모든 부분을 판옵틱한 남성적 시선의 통제권 하의
자신과 남성 화자와 남성 독자들을 위한 볼거리로 변형하며, 남성들의 동성 연대적 관계를 위한 매개물로 상정한다.

  또한 화자는 여성을 비하함으로써 그녀에 대한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한다. 그는 그녀의 성기를 “구덩이와 구멍”(32),
“지갑”(92), “입”(93)으로 희화화하고 여성의 육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 기관이라고 단언함으로써(9-10), 그녀를 단순히 성적
대상으로 축소시킨다. 이러한 화자의 태도를 근거로 이제까지 여러 비평가들은 이 시에서 던이 여성의 육체를 혐오하거나 폄하하였다고
평가하거나(Parfitt 1989: 35; Corthell 68) 혹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노쇠하고 흉한 외모를 풍자하였다고 보고
있다(Guibbory 1990: 814-818). 그러나 이러한 비하와 혐오의 표현은 오히려 화자를 풍자의 대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던은 화자의 사고방식을 통해 한편으로 화자의 부도덕하고 저급한 물질 만능주의를 공격하고 또 한편으로는 화자의 여성 혐오증이 사실은
그녀의 잠재된 성적 권력에 대한 방어심리로 인한 것임을 폭로함으로써, 화자의 식민지와 자본, 그리고 여성성에 대한 지배논리가 그 기초부터 붕괴될
수 있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우선 던은 화자의 극단적인 물질 만능주의와 그에 따른 정신적인 가치의 결핍을 부각시킨다. 화자는 2행에서 자신이 식민지로의 항해와 상대
여성의 육체를 탐사하는 취지를 “사랑의 옳고 진실한 목적”(The right true end of love)을 위한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사랑의 목적을 물질적인 가치 기준에 근거해 판단하는 그의 태도는 은연중 그가 황금만능주의에 물든 인물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암시는 그가 황금과
여성의 가치를 실용성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모습에서 구체화된다.




 만일 내가 그것[황금]을 사랑한다면, 이는 그것이

 무역의 핵심인, 사용가치라는, 우리의 새로운 천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성에 대해서도 이 모든 것을 생각할지 모르지만

 (만일 여성이 그런 것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나 여전히 한가지만 사랑할 것이다.




 But if I love it[gold], 'tis because 'tis made

 By our new Nature, use, the soule of trade.

    All these in women wee might thinke upon

    (If women had them) but yet love but one."(15-18).




황금을 그 자체의 가치가 아닌 무역에서의 사용가치로 평가하는 화자의 사고 방식은 상대여성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그대로 적용된다. 그는
24-25행에서 “그녀의 천사 같은 미덕, 아름다움, 재산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며”(Make love to woman, Vertue is not
shee,/ As Beauty's not, nor Wealth), 36행에서 단지 그녀의 “중심부분”(Centrique part)만을 사랑한다고
하여 그녀를 성적인 효용성에 근거해 평가한다. 그리고 그녀의 입과 성기를 “두개의 지갑”(92)으로 규정하고 그녀와의 성 관계를 그녀의 “아래쪽
지갑”(93)인 성기에 “공물”(93)을 바치는 것으로 간주하는 부분은 그의 배금주의적 가치관을 더욱 강조한다.

  그런데 상대 여성의 가치를 그녀의 성기로 제한하고자하는 화자의 심리에는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자 하는 의도가 존재한다. 가부장제는
남근 존재 여부에 따라 성 역할을 정하고 남성에게는 배타적인 특권을 주는 반면, 여성들에게는 복종의 의무를 강요한다. 이러한 가부장적 논리를
근거로 화자는 상대 여성의 정체성을 그녀의 성기와 동일시하여서 여성의 존재를 ‘남성보다 열등한 거세된 남성’의 개념으로 재인식시키고, 이를 통해
남성과 여성이라는 지배와 종속의 구분을 확실히 해둠으로써 자신의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37-72행까지 이어지는 탐험시의 난파 가능성에 대한 화자의 경고는 오히려 그가 여성성을 남성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안에 완전히 봉쇄할
수 없다는 한계의식에 사로잡혀 있음을 드러낸다. 여성 육체의 “중심부분”으로 항해할 때 얼굴부터 시작하지 말라는 그의 경고에는 여성성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원하는 장소에 도달하는데

얼굴에서부터 출발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길을 잃었는가?




But in attaining this desired place

How much they stray that set out at the face.(39-40)




화자의 불안감은 그가 여성 육체의 각 부분을 탈선이나 “난파”(70)까지도 야기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부터 드러난다. 그 여성의
성이 르네상스인에게 가장 두려운 요소였던 죽음과 바다에서의 실종이라는 메타포와 연결되고 있다는 점은 화자가 여성성을 그만큼 치명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그런 이유로 그는 41-42행에서 상대 여성의 머리카락을 “복병, 용수철, 올가미, 쇠고랑, 족쇄의 숲”(of
ambushes/Of springes, snares, fetters and manacles)으로, 55행에서 그녀의 입술을 치명적인 “사이렌의
노래”(Syrens songs)을 내보내는 것으로, 58행에서 그녀의 혀를 배를 파선시키기 위해 빨아들이는 “레모라”(Remora)의 혀로,
그녀의 배꼽을 탐험가들로 하여금 항구로 오인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69-70행에서 그녀의 음모를 “난파선이 나뒹구는 숲”
(forrest set/ Where some doe shipwracke)이라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 여성은 정복되는
무기력한 대상이 아니라 남성의 권력을 무화시키고 오히려 남성을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 강력한 저항력을 가지고 식민지와 여성성 둘 다를
가부장적으로 봉쇄하려던 남성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남성 화자의 모습은 한편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일탈적이고 강력한’ 여성성을 불안해했던 궁정인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화자가 독자에게 난파의 위험을 경고하는 것은 근접하기 위험한 여왕의 여성성을 다룸에 있어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할 것을 당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당대 롤리 경의 정치적인 영락은 이러한 남성 궁정인과 여왕 사이의 변화된 권력 관계의 양상을 예시한 사건이었다. 이 작품에서 상대
여성의 눈썹에 대한 화자의 언급은 여왕의 심적인 동요에 따라 부침하는 궁정인의 운명을 암시한다.




이마는 부드럽고 평평할 때에 우리를 편안하게 한다.

그것이 주름질 때, 우리는 다시 난파당한다.

부드러울 때 그곳은 우리가 영원히 체류하는

천국이 되지만, 주름질 때, 우리의 무덤이 된다.




The brow becalms us, when 'tis smooth and plaine,

And when 'tis wrinkled, shipwracks us againe;

Smooth 'tis a Paradise where we would have

Immortall stay, and wrinkled 'tis our grave. (43-46)




이는 여왕이 관념적으로 무성적인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궁정인의 실제적인 정치적 위상은 여왕의 성적인 욕망에 의해 많은 부분 좌우되었다는 점을
예시해준다. 그런 점에서 이 부분은 국정을 개인의 변덕에 따라 좌지우지하는 허영에 찬 여왕에 대한 비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당시 남성
궁정인들의 정치적인 야심에 대한 던의 비난이기도 하다. 롤리 경의 정치적인 영락의 과정을 던은 다음과 같이 예시하고 있다.




이렇게 그녀에게서 그녀의 소유물로 벗어난 그는

그가 그녀의 하녀를 취할 때 보다 더 큰 간통을 저지른다.




          . . . Hee that strayes thus,

From her to hers, is more adulterous

Than if hee tooke her mayde.  (25-27)




롤리로 대표되는 당시 남성 궁정인의 경우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이제 남성 궁정인이 여왕, 혹은 여성을 시적, 정치적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를 시대의 희생양으로 전락시킨 것은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가진 두 여성의 성욕이었기 때문이다.4)

  이처럼 치명적일 수 있는 여성성과 난파를 피하기 위해 73행에서 화자는 식민지와 여성의 육체의 탐사를 “발에서 시작하라”(set out
below)라고 권고한다. 그의 주장은 여성의 성적 능력을 구속하고 징벌할 수 있는 남성으로서의 권리를 공고히 하며, 여성을 타자의 위치에
고정시켜서 남성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이는 화자가 여성의 발에 “확고 부동함을 나타내는 표상”(80)의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 속에서 표면화되기 시작한다.




그것은[발은] 가장 적게 위장하거나 변화하는 것이며,

보통 말하길, 악마도 결코 자신의 발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이것은 확고 부동함을 나타내는 표상이다.




Least subject to disguise and change it [the foote] is,

Men say, the devill never can change his.

It is the embleme that hath figured

Firmness; 'tis the first part that comes to bed.  (77-80)




77행부터 86행까지의 긴 시행을 차지하는 발에 대한 메타포를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본성이란 어느 상황에서도 바뀌기 힘들다는 점이다.
화자는 여성의 발을 변화하기 힘든 존재로 강조하여 여성이 남성의 논리에 따라 규정지어진 원래의 장소, 즉 ‘거세된 남성’이라는 종속된 위치를
지킬 것을 희망한다. 또한 이는 곧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고자 하는 화자의 의도를 암시하는데, ‘확고 부동한’ 발처럼 여성의 성기가 여성의
정체성을 고정시켜 주는 것은 상대적으로 그의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지켜줄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화자의 노력은 여성의 입을
그녀의 성기의 기능으로만 축소하려는 다음 행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현명하게도 풍요로운 자연은 여성에 두 개의 지갑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입들은 반대 방향을 향한다

그리고 그들은 아래쪽에 공물을 바치는데

그쪽은 재무성의 시선이 가야하는 길이다.




Rich Nature hath in woman wisely made

Two purses, and their mouthes aversely laid

They then which to the lower tribute owe

That way which that exchequer lookes must goe. (91-94)




화자가 “두 개의 지갑”(92)으로 규정한 입과 성기 중 “윗부분”은 남성들에게 치명적인 “사이렌의 노래”를 만들어 내는 원흉이었다. 이런
전제하에서 아랫부분의 입만을 강조하는 화자의 목적은 남성성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여성의 말하는 능력, 곧 주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봉쇄하고자 하는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가부장제가 규정한 ‘거세된 남성의 상징’으로 ‘결핍과 열등함’을 재현하는 여성의 성기를
부각시킴으로써 여성성에 대한 자신의 불안감을 완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은 자, 그의 실수는 관장기로

뱃속에 고기를 채워 넣는 자의 실수보다 더 크다.




Hee which doth not, his error is as greate

As who by Clyster gave the stomach meate. (95-96)




그런데 위 인용한 마지막 두 행을 통해 던은 이제까지의 화자의 여성 지배 논리가 허구적이었음을 드러낸다. “관장기로 위에다 고기를 채워 넣는”
행위는 곧 남성 동성애 행위와 연관되며 이에 대한 화자의 비판적 태도는 표면상으로는 그가 이성애 주의를 강조하기 위하여 남성 동성애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인다. 남성 동성애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는 다른 남성과의 연대를 강화하는데 필수적 요소이므로 이 부분은 가부장적 동성 연대를 강화하고자
하는 화자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코텔(Ronald Corthell)이 언급했듯이 그의 말은 “화자 자신의 구강 성교 혹은
항문 성교에 대한 충동, 즉 남성 동성애에 대한 충동”(70)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이 부분에서 화자가 은연중 표출하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충동은 이 작품 내내 화자가 강조해오던 성기 중심의 이성애적 애정 행위에 대한 주장을 반감시킨다. 게다가 당시 사회가 가부장제의 필수 불가결한
기본 요소인 가족 구조를 해체한다는 이유로 남성 동성애를 강력하게 금지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화자의 동성애적 무의식이 발현된 이 부분은 이 작품
전체를 통해 차지하던 이성애적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그 존립 기반을 잃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더 나아가 이러한 가능성은 상대 여성의
존재를 그녀의 성기에 국한시켜 그녀를 이성애 관계 속에서의 여성이라는 종속적 위치로 묶어 둠으로써 남성의 지배 위치를 강화하려던 그의 가부장적인
논리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야기한다.

  던은 화자가 이처럼 표면적으로 여성과 식민지의 재화를 지배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지만, 사실은 그의 논리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곧 화자가 신세계의 토지와 재화를 상징하는 상대 여성과의 성 관계, 즉 완전한 정복을 위해 그녀의 육체에 대한 전희를 발
아래쪽부터 “진행”시킬 것을 주장하지만, 사실상 어떤 “진행”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그리하여 화자의 여성과 신세계에 대한 정복은 영원히 지연되고
있음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던은 이 작품에서 식민지를 체현하는 여성이 화자의 주장처럼 완전히 지배되는 열등하고 저급한 대상물이 아니라
남성으로부터 부여된 무성화된 틀을 일탈하고 오히려 남성의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욱이 그러한 과정
속에서 화자 자신조차도 겉으로는 사랑에 대한 “옳고 진실한 목적”, 즉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구현할 것을 주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에
대한 그의 무의식적인 충동은 그의 논리에 결정적인 취약성을 드러냈을 뿐이다.

  이러한 화자의 자기 모순으로 인해 독자는 그의 주장, 즉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근거한 여성의 가치 폄하, 그리고 화자의 지배권에 대한 정당성을
믿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의혹은 곧 화자가 체현하던 당대 지배 계급의 가부장적 자본주의, 가부장적 식민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결합체의
당위성에까지 확장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사랑의 진행”은 역설적으로 붙여진 제목이다.







IV.




  던은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에 대해 친구인 워튼 경(Sir Henry Wotton)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나는 나의 풍자문과 몇몇 엘레지들을
숨기기를 진심으로 바라오”(Carey 70 재인용)라고 밝히며 정부의 검열에 대한 불안감을 표명하였다. 그의 말은 그가 작품들에 나타나는
노골적인 성애 장면에 대한 검열 여부를 의식하고 있었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인 견해가 발각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5) 던은 이 작품들을 통해 당대 궁정 문화 속에 긴밀하게 얽혀있는 제국주의와 가부장제, 그리고 여성성의 함수 관계를 제시하였으며,
특히 당대 궁정 문학에 나타나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몸의 정치’ 이데올로기에 내포된 가부장적 제국주의의 구조를 비판하였다. 그는 여왕의 여성성을
도구로 하는 당시 문학 작품의 식민주의 담론 속에 여성성에 대한 남성의 불안감이 그 중심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남성은 그 불안감을
은닉하기 위해 여성을 이상화하여 탈성화 시키거나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어 남성의 우월감을 만회하려고 하지만 그들은 남녀 사이의 권력 관계의
불안정성만을 노출시킬 뿐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남녀의 권력의 경계를 의문시하는 던의 비판적 시선은 궁극적으로 본질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구축된 식민주의의 이분법적 서열체계를
와해시키고자 하는 이념적 지평을 제시한다. 던의 남성 화자는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발달이 도모하는 통제할 수 없는 성장을 추구하고 자신 이외의
주변의 것들을 열등한 것으로 간주하고 지배하려한다는 점에서 서구 근대 부르주아의 이성애적인 남성을 상징한다. 던은 그들의 논리에 나타나는
제국주의적 주요 컨시트를 역설적으로 해체해버리거나 훼손시킴으로써,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당대 영국의 사회적인 열망이 지닌 한계성을
우회적으로 폭로한다. 따라서 이는 그가 근대적 성역할과 근대적 이분법의 틀에서 벗어나 사고할 수 있는 사고방식의 소유자였음을 증명한다. 그는
문명과 발전을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동질화와 동일시하고 일반성과 보편성이라는 미명하에 타 지역의 억압을 정당화하는 제국주의적 지배담론을
현실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차원에서도 심층적으로 고려한 작가였다.

  제국주의의 부작용에 대한 해결점을 가부장적 권력구조의 해체에서 찾는 던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현재 진행중인 문화의 세계화와 자본의
전지구화는 거대 강국의 독주로 주도되며, 문화, 정보 제국주의라는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적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은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이 던이 살았던 근대 가부장적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태생적 조건과 관련되어 있을뿐만 아니라 그 조건들이 보다 강화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리고 사실상 이러한 현상들은 ‘여성적인 것’이라 규정된 타자를 탄압하여 획득한 ‘남성적인’ 그릇된 발전에 의한 것임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현재와 같은 맹목적인 세계화의 파괴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권력 주체들의 민감한 자기 반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들을 통해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당대 사회의 정치 이데올로기에 대한 “현명한 회의”(「풍자문III」 77)를 경주하였던 던의 노력은 새롭고도
시대 초월적인 의미를 지닌다.




(고려대학교)
















◈ 인용문헌




Andreason, N. J. C.  John Donne: Conservative Revolutionary. Princeton:
Princeton UP, 1967.

Berry, Philippa. Of Chastity and Power: Elizabethan Literature and the Unmarried
Queen. London: Routledge, 1989.

Carey, John. John Donne: Life, Mind and Art. London: Faber & Faber,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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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TRACT




“My New Found Lande”: Body Politics and Imperialism in John Donne's Elegies




Choi, Sung Hee




    This study explores John Donne's attitude about the Elizabethan 'body
politics' and  imperialism, focusing mainly on the two poems "To His Mistris
Going to Bed" and "Loves Progress". Donne's attitude towards women and
imperialism in these poems has been considered by many to be anti-feminist and
imperialistic. However, in this paper, I argue that Donne critiques the
patriarchism inherent in Elizabethan imperialism. By conflating the discourses
of imperialism and capitalism with that of patriarchism, Donne  shows that  male
domination over woman's body provides the basic paradigm and justification for
England's geographical expansion and economic exploitation of other cultures.
Donne shows in particular how the iconographic extension of the queen's body,
that covers both England and it's overseas domains underpinned a discursive
reversal of the erotic relationship between English 'discoverers' and their
queen. As the maritime courtiers described and mapped the New World by
associating it with Queen Elizabeth, her body came to be constructed as a
passive instrument in man's struggle for power over the New World. However,
Donne does not stop at inverting the background metaphor linking the discovered
land to Queen Elizabeth's body, but goes on to parody the contemporaneous
textual celebrations of the English explorers. He shows this mostly through his
intricate manipulation of the male speakers in the poems. The endeavors of
Donne's male speakers to gain mastery and control are shown to remain either
incomplete or frustrated, and contrary to the widely held view, Donne's queen
emerges not as an object of the male speaker's desire but as a subject who
threatens to subvert the patriarchal ideology. This exposes the fictitious
nature of the patriarchal discourses of gender, which are manipulated to justify
and rationalize male dominance and English imperialism.










Key words: 존 던, ꡔ엘레지ꡕ, 「잠자리에 드는 연인에게」, 「사랑의 진행」, 몸의 정치성, 제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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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시에서의 상대 여성이 엘리자베스 여왕이라는 해석은 여러 비평가가 지적해 온 바 있다(Carr 107; Low 39; Young,
Hester, Labiola 의 연구 참조).


2) 장자 상속권 제에서 여성의 이름은 결혼을 통해 아버지의 성에서 남편의 성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매우 유동적인 개념이다. 그러므로 남성이
여성의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그녀에 대한 남성의 지배를 확인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Docherty 200). 


3) 대표적인 예로 스펜서(Edmund Spenser)의 ꡔ선녀여왕ꡕ(The Faerie Queene) 제 2권에서의 위험한 항해에 대한
에피소드(72-78연), 릴리(John Lyly)의 ꡔ엔디미언ꡕ(Endimion, 1580), 채프먼(George Chapman)의 ꡔ밤의
그림자ꡕ(The Shadow of Night, 1594)등을 들 수 있다. 이 작품들에서 여왕을 상징하는 여성들은 모두 가부장적 지배 체제를
전복할 수 있는 죽음과 마녀, 혹은 치명적인 괴물 등으로 그려진다.


4) 당시 여왕의 정치적, 성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던 롤리 경이 여왕의 시녀였던 엘리자베스 스록모턴(Elizabeth
Throckmorton)과 사랑에 빠져 여왕 몰래 결혼하였다는 이유로 런던 탑에 갇혔던 사건은 완전한 궁정인이 되기 위해서는 여왕에 대한 구애와
궁정인으로서의 역할을 잘 조절해 나가야만 한다는 것을 예시해 주었다. 1580년대에 여왕의 사랑은 그를 그의 고향에서 궁정으로, 궁정에서
해상으로,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게 했다. 그러나 1592년에 그녀의 성적인 질투는 그로 하여금 런던 탑에서 그 정치적 영광을 마감하게
했다.


5) 실제로 ꡔ엘레지ꡕ중에서 「잠자리에 드는 연인에게」와 「사랑의 진행」은 정부의 제재로 인해 1669년까지 출판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당시
정치와 경제에 대한 노골적인 풍자가 드러나는 「팔찌」는 당시 던의 시중 가장 애송되었던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던의 사후 출판된 1633년 판
시집에서는 제외되었으며, 1635년 판에서 당국의 눈을 피해 불법적으로 인쇄되었다(Stringer 175-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