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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게 아니라, 조금 서툰 겁니다] 저자이자 유튜브 채널 ‘한입심리학’을 운영자다. 전에는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아메리카 온라인(AOL)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Netscape) QA 엔지니어로 일했다. 글. 조지선 심리학 박사/연세대학교 객원 교수 흔히, ‘공감해준다’고 말합니다. 남을 위한 행동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성숙하거나, 더 나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상황에 있는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인 것 같습니다. “왜 나만 공감해줘야 하나? 나도 공감 받고 싶은데...“ 가끔은 억울한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공감이 정말 나를 희생하는 행위일까요? 비용만 들어가고 이득은 없는 손해 보는 행동일까요? 수많은 연구들이 제안하는 바에 따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공감은 남을 위한 것이기 전에 나를 위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 공감은 해도 되고 안 해도 상관없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공감은 나의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고 나에게 번영을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공감 능력이 현저하게 낮다는 것은 사회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며 살아남을 가능성, 즉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뇌는 공감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신속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공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의 뇌는 세 가지 기본적인 장치들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이 기능들 덕분에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고 남을 도와주는 유능한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해야 하고 행동으로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과연 내가 이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의심하고 있다면 내 안에 내장된 공감과 이타적 본능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첫째, 공감이 무엇이고 왜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인지, 둘째, 공감을 위해 우리의 뇌가 마련한 세 가지 장치는 무엇인지, 셋째, 공감이 주는 혜택은 무엇이고 우리의 성취와 행복에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애석하게도 공감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연구가 가진 공통적인 문제이지만 특히 공감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됩니다. 심리학자 제이콥 에크런드(Jakob Eklund) 등이 공감에 대한 연구들을 리뷰해 보았더니 43개의 서로 다른 정의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정의는 제각기 다르더라도 공감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는 비교적 선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공감은 크게 다음 네 가지 요소를 포함합니다. - 이해 Understanding: 공감은 이해하는 것입니다. 공감에는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이 있습니다. ‘이해’ 요소는 인지적 공감을 말하는데, 상대방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더라도 그가 처한 상황을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감정 Feeling: 공감은 감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공감하는 사람은 감정의 변화를 경험합니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 적절한 감정적 반응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서적 공감에 해당합니다. - 공유 Sharing: 공감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상대를 인지적으로 이해하고 적절한 정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넘어서 그와 비슷한 멘탈 상태(mental state)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대의 경험을 시뮬레이션 하면서 그가 느끼는 감정을 나 또한 느끼는 것입니다. - 피아(彼我) 구분 Self-other differentiation: 공감은 피아를 구분합니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나의 경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공감의 또 다른 특성입니다. 즉,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 적절하게 반응하되, 동시에 그의 경험과 나의 경험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공감은 가까움인 동시에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공감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도 피아 구분을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인간은 혼자서 생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혼자 있을 때보다 여럿이 함께 있을 때 생존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집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그렇지만 아주 옛날엔 혼자 살아가기 정말 힘든 세상이었습니다. 원시 밀림 사회에서 사회적 고립은 곧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살아남으려면 타인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집단생활은 생존 측면에서 분명히 나에게 많은 혜택을 주지만 먹을 것이 차고 넘치는 천국이 아닌 이상, 자원을 나누는 과정이 언제나 평화로운 것은 아닙니다. ‘더불어 살기‘는 지능을 요구합니다. 누가 친구이고 누가 적인지 알아야, 즉 똑똑해야 집단생활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은 고도의 지능이 필요한 과업입니다.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알아야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알 수 있겠지요.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생각을 이해하고 감정을 헤아리는 것. 이게 바로 공감 능력입니다. 즉, 공감 능력 없이는 생존 그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다행인 점은 우리의 뇌가 이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잘 생존할 수 있도록 뇌가 미리 준비 작업을 해 놓은 것입니다. 저명한 뇌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는 전 일생을 바친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냈습니다. “우리는 뼛속까지 사회적인 존재다. 우리가 이렇게 커다란 뇌를 가진 이유는 사회생활을 잘 하기 위함이다. 이 사실을 부인할 방법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운 인간의 사회성은 바로 이런 의미입니다. 생존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인간의 사회성, 그 중심에 공감이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잘 하라고 뇌가 준비해 놓은 세 가지 장치가 있는데, 결국 공감을 위한 장치들입니다. 거울 네트워크(Mirror Network) 타인에게 즉각적으로 공감하려면 그의 경험(행동과 감정)을 시뮬레이션 하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 사람이 경험하는 것을 내가 직접 비슷하게 경험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상대방의 행동과 표정을 바라볼 때 우리의 뇌는 그 사람의 뇌 상태와 비슷해집니다. 매우 과장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한다면 다른 사람의 뇌 상태를 복사해서 우리의 뇌에 붙이는 ‘복붙’이 일어납니다. 이때 그의 움직임을 자동적으로 모방하게 되고 비슷한 정서 경험을 공유(sharing)하게 되는데, 거울 네트워크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거울 뉴런과 동일한 개념, 개별 뉴런의 기능이 아니므로 네트워크로 표현). 이것이 뇌가 사회생활을 위해 준비해 놓은 세 가지 장치 중 첫 번째 장치입니다. 시뮬레이션은 우리가 상대를 ‘쳐다볼 때’ 일어납니다. 공감하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무척 간단합니다. 상대방을 잘 쳐다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의 경험 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거울 네트워크 연구의 대부분이 타인을 쳐다보는 상황에서 이뤄졌습니다. 고통 당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얼굴 표정을 찌푸리고 몸에 힘을 줍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보면 따라 울게 되면서 슬픈 표정을 짓습니다. 또한 상대와 유사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정서 일치(affect matching)가 일어납니다. 궁금한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상대를 쳐다볼 때, 내 얼굴 근육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면 공감 능력이 달라질까요? 보톡스는 안면 표정 근육을 마비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보톡스 주사를 맞으면 어떻게 될까요? 2016년 학술 저널 톡시콘(Toxic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보톡스는 공감을 방해합니다. 강한 정서 처리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미세한 감정의 차이를 간파하는 능력은 손상됩니다. 상대의 표정을 보고 거울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나의 표정이 그의 표정과 비슷해지면서 정서 일치가 일어나는데, 표정이 지어지지 않으니 제대로 공감할 수 없는 것이지요. 타인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미용을 위한 보톡스 주사를 참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마음 이론(Theory of Mind) 첫머리에서 언급했듯이 공감의 네 가지 요소 중 첫째는 ‘이해(understanding)입니다. 공감은 상대방의 상황과 경험을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 인지적 공감은 우리가 ‘마음 이론’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울고 있는 사람을 보고 나도 자동적으로 따라 울게 되지만 진정한 공감을 하려면 이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기뻐서 우는 것인지, 연인을 잃어버려서 슬퍼서 우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내 앞에 있는 상대방이 왜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인지, ‘왜‘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다른 사람의 멘탈 상태(mental state)를 추론하고 앞으로의 행동을 예측하는 인지적 능력이 필요한데, 이것이 마음 이론입니다. 타인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뇌가 준비해 놓은 두 번째 장치입니다. 왜 이걸 이론(theory)이라고 부를까요? 다른 사람의 생각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숨겨져 있는 마음을 이해하려면 ‘마음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버지에게 아들이 언성을 높여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왜 얘기를 안 하셨어요. 어쩐지... 내가 이럴 줄 알았어요. 다음엔 바로 말씀하시겠다고 약속하세요. 보청기가 망가졌는데 그걸 계속... 아휴...” 이 장면을 보았을 때 우리는 마음 이론을 사용해서 상황을 해석하고 아버지와 아들의 상태를 추측합니다. 아들이 비록 아버지에게 화를 내고 있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망가진 보청기를 끼고 다니다가 들켜버렸네. 근데 이번이 처음은 아닌가 봐. 아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겠지. 보청기가 어지간히 비싸야 말이지. 빠듯한 아들 주머니 사정을 더 걱정했겠지. 아들이 이렇게 속상한 것을 보니 아버지가 소리를 잘 못 들어서 크게 다친 적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데 아마 아버지는 다음에도 얘기 안 할 것 같아.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애틋하네. 누가 싸고 좋은 보청기를 만들어 주면 좋을 텐데.”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두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과정이 자동적으로 일어납니다. 무척 쉬운 작업처럼 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들의 몇 마디 말, 아버지의 작은 몸짓, 두 사람의 표정 등, 관찰한 몇 가지 사실을 토대로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보이지 않는 생각과 감정, 소망과 의도, 미래 행동을 추론하는 고도의 작업입니다. 이 어려운 일을 우리는 물 흐르듯 순식간에 해치웁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일상적 경험의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공감하는 능력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Default Mode Network) 거울 네트워크도, 마음 이론도 우리가 사람이라는 대상에게 관심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공감을 위해 뇌가 준비한 세 번째 장치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이하 DMN)입니다. 이 장치 덕분에 우리는 ‘쉴 때’도 항상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어떤 과제에 집중할 때, 우리의 뇌에서 해당 과제 수행을 담당하는 영역이 불을 밝힙니다. 적분 문제를 풀 때는 수학 영역이, 글짓기를 할 때는 언어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그렇다면 아무 과제에 집중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뇌는 어떤 상태가 될까요? 휴식하는 동안 뇌가 전원을 끄고 깜깜한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쉴 때, 불을 켜는 뇌 영역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입니다. 어떤 과제에도 집중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영역입니다. 수학 문제를 다시 풀기 시작하면 DMN이 불을 끄고, 다시 연필을 놓고 쉬기 시작하면 DMN이 아주 빠른 속도로 불을 켭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DMN이 앞서 언급한 ‘마음 이론 네트워크’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로지어 마스(Rogier B. Mars)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DMN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때 활성화되는 네트워크와 상당히 겹쳐집니다. 휴식 네트워크와 마음 이론 네트워크가 겹쳐진다는 것은 우리가 쉴 때도 사람 생각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멍하게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하나요? 대개의 경우, 우리는 아프리카 코끼리나 남극 펭귄, 혹은 근의 공식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명수가 왜 갑자기 그런 표정을 지었을까? 참 수정이가 전화한다고 했는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인간은 지독하게 사회적인 존재입니다. 틈만 나면 사람을 생각하는 네트워크에 불이 들어오니 사람에 대해 지극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요. 공감을 위해 뇌가 준비해 놓은 세 가지 장치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상대방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게 만드는 거울 네트워크, 상대방의 상태를 인지적으로 이해하게 도와주는 마음 이론, 그리고 쉴 때도 사람 생각을 하게 만드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덕분에 우리는 유능한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거울 네트워크나 마음 이론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기본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집니다. 반사회성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나 경계선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자폐성 장애(autistic disorder) 등 건강한 사회적 유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들은 공감 장치들의 결함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반면,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조직에서 리더감으로 인정받습니다. 일생을 바쳐 권력의 심리적 속성을 연구한 버클리대학의 심리학자 대커 켈트너(Dacher Keltner)에 따르면 조직에서 리더로 부상하는 사람은, 개인적인 이득이 아닌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관대한 사람입니다. 타인에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자 노력하는, 말하자면 공감하는 사람입니다. 경영학자 골나즈 사드리(Golnaz Sadri) 등이 38개 국가의 6731명 리더들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부하직원들에게 공감 능력 있는 상사로 인정받는 사람이 자신의 상사로부터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공감하는 사람은 연애도 잘합니다. 심리학자 올라 스타브로바(Olga Stavrova)등의 연구에 따르면 성격이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관계없이, 혹은 얼마나 마당발인지에 상관없이, 친사회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조속한 시일 내에 성공적인 연애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공감 능력은 내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생존을 넘어 성장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공동체를 위한 더 좋은 세상을 꿈꾸고 실현할 수 있도록 힘을 줍니다. 사회적으로 유능한 사람은 언제든 이타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진정한 공감은 남을 돕는 친사회적 행동으로 완성됩니다. 모든 상황에서 자신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게 사실이었다면 이미 예전에 이타적 행위는 씨가 말랐을 것입니다. 이타적 행위는 어떻게 강화되었을까요? 오랜 집단생활을 통해 우리가 배운 것 중 하나는 남을 돕는 것이 나의 생존에 유리하다는 사실입니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득만 따질 때, 집단에서 배척당하고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터득한 것이지요. 서로 협력하기를 좋아하는 개인들이 모인 집단과 자기만 혼자 잘 살면 된다고 믿는 개인들이 모인 집단 중, 전자가 자기들의 유전자를 후손에 남겨줄 가능성이 더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이타적인 행동을 할 때, 우리의 마음은 어떨까요? 속으로는 너무 싫지만, 억지로 참으면서 도와주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류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제임스 릴링(James K. Rilling) 연구팀은 협력하기로 결정(예를 들어, $10을 혼자 차지하기 보다는 파트너와 $5씩 나눠 갖는 결정)한 사람들의 뇌에서 보상 시스템인 복측 선조(ventral striatum)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싶은데 마지못해 협력을 선택했다면 욕구를 억제하는 능력과 관련된 뇌 영역, 즉 외측 전전두엽(lateral 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되었을 테지만 그런 반응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뇌가 이타적 행동을 촉진하고자 마련해 놓은 또 다른 장치입니다. 생존에 중요한 행위는 보상 센터의 활성화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을 먹으면 보상센터에 불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것이 생존을 촉진하는 뇌 설계입니다. 만약 음식을 먹을 때마다 너무 괴롭다면, 즉 보상 센터 대신 고통 센터가 활성화된다면 인류는 옛날에 다 굶어 죽었을 것입니다. 남을 돕는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타적 행위가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면 남을 도울 때, 보상 센터가 불을 켜도록 뇌가 설계되어야 마땅합니다. 우리는 이타적 행위를 할 때 긍정적 정서를 느끼도록 설계된 존재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매일, 우리 안에 내장된 공감 본능을 십분 발휘하며 능숙하게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혹시 자신의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나요? 스탠포드대학의 심리학자 캐롤 드웩(Carol Dweck)이 제시한 두 가지 마인드셋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능력이 타고난 지능처럼 고정되어 있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고정 마인드셋이고 다른 하나는 노력하면 자신의 능력이 강화,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성장 마인드셋입니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포기합니다. 자신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믿으니까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합니다. 드웩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공감에서도 이 두 가지 마인드셋이 같은 원리로 작동합니다. 공감하기 어려운 상대를 만나도 “내 공감력은 성장할 수 있어.”라고 믿으면 좀 더 공감을 위해 노력하고 더 많은 시간을 남의 이야기를 듣는데 할애하며 더 적절하게 상대에게 반응해 줍니다. ‘타고난 성품이 이 모양인데 무슨 공감이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성장 마인드셋을 장착해 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여러분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겁니다. 존경받는 파워풀한 리더가 될 것이고, 높은 성과를 내는 ‘일잘러’가 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행복한 관계를 이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혁신 활동을 지속하는 멋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입니다. * 2021 티앤씨 컨퍼런스 '우공이산'의 강연을 기고문으로 옮긴 것입니다. 강연 full 영상 보기 (클릭) 로그인 한 회원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댓글 3 힘겨운 푸드파이터 2021.11.16 12:24 공감합니다~ 꿈꾸라 2021.11.08 22:35 공감합니다~ 즐거운 보거스 2021.11.07 05:39 감사합니다 1 목록으로 이전글 다음글 * 좋아요 3 * 스크랩 * 공유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문의 info@socialvalueconnect.com © Social Value Conn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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